[연구리포트] 건축협정 원년, 그 성과와 가능성
[연구리포트] 건축협정 원년, 그 성과와 가능성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5.12.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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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협정,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해야”

“올해 건축협정 5곳 체결, 동네건축사 육성 시범사업 추진”

 

■건축협정제도의 도입 배경

▲ 여혜진 부연구위원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건축도시정책연구본부
◇20년 이상 노후 건축물 56% = 한때 경축 플랫카드를 내걸던 정비구역들이 직권해제 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구역 해제는 계속 이어졌다. 경기 침체로 건축투자는 위축되면서 2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56%에 이르고, 30년 이상 된 주택은 45%(’14.12.기준)에 이를 정도로 누적되고 있다.
그간 소규모 개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던 ‘공동개발’, ‘맞벽건축’, ‘가로주택’ 등과 마찬가지로 건축협정제도도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고 노후건축물의 필지단위 자율갱신을 지원하고자 도입됐다.

◇일본 건축협정지구 2천800개 운영= 1951년 건축협정제도를 처음 도입해 지금까지 60여년간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보면 전국적으로 약 2천800개의 건축협정지구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건축협정지구는 구도심 및 신도시의 저층주택 밀집지역과 상업가로의 개발 및 관리차원에서 도시재생이나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와 연계돼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건축협정 비체결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만큼 민간영역의 도시환경 관리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2014년 도입, 관리보다 정비에 중점= 이러한 점에서 건축협정은 우리 여건에 시급히 접목할 필요가 있는 선진적 제도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관리 행위’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지난해(2014) 도입된 우리나라의 건축협정제도는 ‘정비 행위’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 의왕시 내손동 - (지구단위계획구역) 주택재개발사업구역 해제지역의 건축협정 시범사업 대상지. 현재 단독주택 4채가 철거된 상태로, 건축협정 인가 후 내년에 추진할 예정이다.

 

[정책과제]
- 계획적 마스터플랜으로 ‘상호 Win-Win’ 유도해야
- 주택도시기금(국민주택규모 이하) 저리융자 강화해야

 

■건축협정제도의 주요 특징

건축법 제77조의4~13에 근거한 건축협정제도는 이웃 간의 협정을 전제로 건축협정구역 내에서 필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개별 필지의 불합리한 건축행위 여건을 극복하도록, 대지 내 공지, 일조 사선제한 등 일부 건축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해주어 자율적으로 소규모 정비여건과 집단적인 도시관리 체계를 마련하도록 지원한다.

◇대상기준= 건축협정은 지구단위계획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 또는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 재정비촉진구역 내 존치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법적으로는 도시관리계획이 수립된 지역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협정사업으로 인한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이외 지역에 대해서는 시/군/구청장 등 건축협정인가권자가 도시 및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지자체 조례로 구역을 지정해 추진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 사업의 최소단위는 2개 필지이며, 1인 협정도 가능하다.

◇건축기준 특례= 건축기준의 특례는 협소 필지 및 부정형 필지 등과 같이 필지단위 건축행위 여건이 불량하지만 일부 건축기준을 완화해주면 자율적 정비여건을 마련해줄 수 있는 일단의 필지에서 개별 혹은 집단적 건축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지의 분할 제한’ ▷‘대지안의 공지’ ▷‘일조에 의한 사선제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축협정구역을 하나의 대지로 간주해 적용되는 특례로는, ▷대지의 조경 ▷대지와 도로와의 관계 ▷계단 ▷지하층 ▷부설 주차장 ▷건폐율 및 용적률 ▷우편수취함 ▷개인하수처리시설에 관한 사항이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자율로 구획정리가 가능하게 되고 ▷맹지에서 합법적인 건축행위가 가능하며, ▷건축선과 일조사선제한으로 축소된 연면적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고, ▷주거지역의 고질적인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주차장 통합개발’이 가능하게 되는 등 [표2]와 같은 다양한 가능성이 주어진다.

◇추진절차= 건축협정 체결 및 인가 절차는 주민이 주도하고 지자체가 행정지원 체계를 구축하도록 설계돼 있다.
대상지가 건축협정 법정지역에 해당되기만 하면 건축협정에 관심 있는 주민 간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건축협정제도를 검토하고 협정사항을 기획한 후, 건축협정 인가권자인 시/군/구청장에 건축협정운영회 설립신고를 하고 소관부서(건축과)에 건축협정 인가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지자체는 건축위원회 심의절차에 따라 건축협정 인가를 공고하고 건축협정 관리대장에 관련사항을 기록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실제로 건축협정 체결내용을 협의하기 위해서는 건축사 등 건축전문가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아 건축협정 사업성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최소한 각 층 평면도에 대한 건축계획설계를 바탕으로 협정 당사자 간 재산권을 조율하는 기획단계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건축협정 시범사업 추진 성과

올해 국토교통부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운영ㆍ관리한 시범사업은 전국적으로 서울 성북구 및 금천구, 부산 중구, 경기 성남시 및 의왕시, 군산 월명동, 영주 영주동에 지정된 7개소이다.
최초 4개가 지정됐는데 이후 3개가 추가 지정됐으며, 건축협정이 체결된 곳은 ▷서울 성북구 ▷서울 금천구 ▷경기 의왕시 ▷경기 성남시 ▷영주 영주동의 5개소이다. 이외 지역은 보류됐다.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비사업 해제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도시재생지역에서 다양한 종류의 건축물을 신축 및 재건축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맞벽건축, 용적 공유, 주차장 및 조경 통합 조성 등을 적용하고, 대상지 여건에 따라 ‘지하 선큰(sunken) 공유’, ‘건축선/건축한계선/건축물 높이 지정’으로 건축협정구역 내 환경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건축협정제도의 정착과 확산을 위한 과제

시범사업의 가시적 성과는 물론 건축협정 체결이겠지만, 가장 유익한 성과는 무엇보다 향후 제도 정착 및 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가 발굴됐고, 지자체 담당자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지역 신진건축사 등 사업에 참여했던 주체들이 건축협정사업의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이다.

◇법정 지역 확대 등 추진여건 개선= 시범사업 지역의 다양한 여건은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 법적 추진여건이 선결돼야 함을 보여주었다.
시범사업 중 성북구는 구청장방침, 군산과 영주는 건축조례 개정에 무려 6개월 이상 소요됐는데, 이는 민간의 건축협정 추진의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제도적으로는 시/군/구가 필요한 지역을 건축협정이 가능한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실제 구역 지정 기준이 없어서 제도 운영이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 건축협정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중 상당수가 비법정지역에서 건축협정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것이다.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건축협정의 실질적인 수요와 법정 지역 간 미스매칭(miss matching, 괴리)된 부분을 파악하고 법정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 홍보 및 교육 지속= 지자체, 건축사, 주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교육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건축협정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건축협정 인가신청서를 심의(건축위원회)하는 절차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그간 건축법 담당부서가 건축 인허가 위주 업무만 담당하면서 건축협정사업을 도시 및 주거지의 소규모 정비수단으로 바라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심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도시계획이나 주택공급 담당부서는 건축법 소관부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건축협정제도를 운영하는데 미온적인 칸막이식 행정 체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건축관련단체 등이 협력해 <건축협정 운영가이드라인>, <홍보 리플릿>, <7가지 키워드로 알아보는 매뉴얼> 등 시범사업 홍보자료를 온ㆍ오프라인에서 배포하고 있으며, 지자체 관련부서 담당자, (지역)건축사, 주민 대상의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주민·건축전문가 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 운영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질문은 건축협정 기획을 주도할 주체가 누구인가와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의 문제였다.
내용적으로는 지역 여건에 밝고 대지의 상황을 읽어낼 수 있는 건축사가 적임자이나 형식적으로는 건축협정 컨설팅과 기획설계에 대한 대가기준이 아직 없기 때문에 건축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시/도 단위에서 건축지원센터 및 공공건축가제도를 운영하는 경우 건축협정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주민들을 컨설팅하는 업무를 추가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의 건축사 및 건축전문가들을 ‘동네건축사’로 육성하고, 도시재생 활동가들과 연대해 도시재생과 건축협정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독주택 재건축 금융 지원= 건축협정사업은 공공사업이 아니라 민간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 지원 못지않게 소유주의 의사와 경제적 능력이 중요하다.
사실 제도가 설계하고 있는 건축기준 특례는 기반시설 여건이 불량하고 침체된 저층주택 밀집지역에 필요한 인센티브이지만 가구주의 연령과 부담능력에 따라 건축의사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주택도시기금법상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내외 지역의 노후 불량주택 소유자에 대한 지원항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군/구청장으로부터 불량주택 개선자금 융자대상자로 결정받는 절차와 조건이 까다로워서 실제로 융자지원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향후 건축협정제도가 노후주택의 리모델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주택도시기금의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의 저리융자 지원에 대한 조건을 완화하고 절차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수요자가 활용할 수 있게끔 할 필요가 있다.

◇건축협정 마스터플랜을 통한 계획적 유도= 건축협정은 마음이 맞는 이웃 몇 명이 모여서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건축협정이 지구 규모로 집합적으로 추진돼 해제구역이나 쇠퇴지역의 자율적 갱신을 전반적으로 촉진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대안적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내년도 건축협정 중점사업지구 시범사업을 추진해 건축협정제도를 확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 수요조사를 통해 서울 서초구, 경기 의왕시, 부산 북구를 건축협정 중점사업지구 시범사업으로 지정하고,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건축협정 중점사업지구 마스터플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비구역 해제 전에 도시 관리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주거환경관리사업계획에 건축협정사업계획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결국 지자체가 건축협정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도시 및 주거지 부서와 건축협정사업 인가 및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건축담당부서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건축협정사업이 우후죽순 이루어지면서 밀도 증가에 따른 환경 악화의 부작용을 피하고 주민이 사업성을 개선하되 지자체가 일단의 지역을 양호하게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과 부합되도록 상호 윈-윈(win-win)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정리 = 이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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