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원(K-Garden)의 세계화
한국정원(K-Garden)의 세계화
  • 안계복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승인 2016.08.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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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계복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후원회원

요즘 백제인 노자공이 일본 황궁에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수미산’을 다시 생각해 보고 있다. 수미산은 세 단으로 되어있는데 각 단마다 새겨진 무늬가 다르고, 속을 비워 물이 담길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물이 수미산석의 사방으로 흘러내리도록 되어있어 한 눈으로 보아도 범상치 않은 특이한 구조임을 알 수 있다. 그 당시 불교가 지향하는 이상세계의 중심인 수미산을 이와 같은 형태로 구상화 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보통사람으로서는 가지기 어려운 능력임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노자공이 수미산 모델로 삼았던 경전이 무엇인지 밝혀져야만 할 것이고, 또 이러한 작정기법이 어떻게 일본정원의 원류가 돼 세계화됐는지도 밝혀져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러한 훌륭한 선조를 두었음에도 오늘날 새롭게 조성되는 소위 한국 전통정원은 아직도 도식화된 일정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세계꽃박람회장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정원은 조선시대 정원의 대표적 요소인 네모난 연못과 원형의 섬을 도입한 방지원도형 연못과 정자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한국의 전통정원을 조성한다고 하면 방지원도형의 아류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순천시에서 개원한 유선원(遊仙園)도 한국전통정원의 공간 구성요소들로 정원을 설계했다. 그러나 ‘방지와 정자’ 프레임은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틀을 고수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한국정원을 세계화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몇 개의 도식화된 한국(조선시대)의 전통정원 요소만으로는 한국정원을 세계화시키는데 한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원을 세계화시키기 위해 좀 더 포괄적 의미를 갖는 한국정원(K-Garden)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바람직 해보인다. 한국정원(K-Garden)이란 한국의 전통정원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모방이나 재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현대적 재창조에 더 무게를 두는 정원을 의미한다. 한국정원(K-Garden)은 전통에 얽매여 매너리즘에 빠진 정원보다는 파격, 변신, 의외적 도입, 현대적 재해석 등이 중심으로 된 정원이어야만 한다.
국립수목원과 한국조경신문이 공동으로 주관한 ‘2016 코리아가든쇼’ 공모전은 ‘K-Garden, 가장 한국적인 멋을 담은 신한류 정원’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여기에 공모한 33작품을 보면 어느 누구도 방지원도형 정원양식을 테마로 잡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방지원도형 정원양식은 더 이상 한국정원(K-Garden)의 주제가 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2016년에 아직도 방지원도형의 아류작 정원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또한 ‘2016 코리아가든쇼’ 공모전에서는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고자 노력한 작품이 여럿 있었는데, ‘봄날 정취’, ‘엄마 품’, ‘느린 여유’ 등의 작품을 보면서 한국정원(K-Garden)에 대한 접근방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인의 정서는 어디까지나 한국인의 정서이지 이것이 세계인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정원(K-Garden)을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아직은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그 가운데 ‘첩첩산중’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한국의 산수정원양식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한국의 자연경관을 정원에 담아내기 위해 겹쳐진 능선을 표현하고 산봉우리를 형상화해서 한국의 산수 느낌을 표현하고자 노력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 작품에서 풍수와 명당수를 거론한다면 이는 오히려 사족으로 보일 것이다.
이처럼 한국정원(K-Garden)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국적인 특수성과 독자성’을 갖는 설계 모티프의 발굴도 매우 중요하고, 이것을 세계인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는 한국정원(K-Garden)으로 발전시키는 일도 우리들에게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정원(K-Garden)의 세계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예산과 관련해 우리는 한식 세계화에 정부가 6년간 1천200억원을 투자하고도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정원(K-Garden)을 세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정원에 대한 창조적 해석, 새로운 접근방법과 더불어 효율적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정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늘어나고 있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원관련 예산이 이벤트성으로 사용되기보다는 한국정원(K-Garden) 세계화에 초점을 맞춰 체계적으로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원(K-Garden)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전통정원의 맛은 지켜져야 하겠지만 도식화된 틀만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며, 세계화 추진을 위한 정원 관련 예산의 효율적 체계적 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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