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대주제, 'Freespace'
2018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대주제, 'Freespace'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06.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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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건축의 재발견…인류애와 아름다움과 사려깊음
 

2018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 총감독 이본 파렐과 셸리 맥나마라가 7일 대주제 <Freespace>를 발표했다. ‘프리스페이스’... ‘무상공간’에 가까워 보이지만 기자는 <인간이 해방된 공간>이라고 이해했다.

구체적인 키워드는 ‘humanity와 generosity’, 인본(人本主義)이다. 인본이 실천이 되면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아름다운 세상은 유토피아다. 그 역(逆)의 세상 디스토피아, 현 시대는 디테일한 억압들이 자본을 위한 자유로써 ‘마음대로 해도 되는 자유’로 포장ㆍ판매되고 있다.그래서 이번 주제는 어렵다.

베니스비엔날레 재단은 15회 주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지만, - 2016년 총감독 아라베나(A. Aravena)는 ‘Reporting from the front’를 제시했다 - 16회는 전년도의 실험성에서 확장된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보편성 즉 상식은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덕목이다. 또 여기서의 보편성은 비엔날레가 ‘건축의 본질로 돌아간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두 감독은 “우리는 지구를 클라이언트로 봅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연으로부터 거저(free) 받은’ 태양, 달, 공기, 바람, 중력, 빛과 그늘이 건축의 요소라고 정의한다. 그리하여 2018 비엔날레에선 “전 세계 건축물의 사려깊음과 관대함을 모아 경축하겠다”는 희망을 발표했다.

렘 콜하스 이후 작품보다 의제에 집중했던 세계건축의 어젠다가 두 아일랜드 건축가에 의해 오랜만에 건축 그 자체로 복귀할지도 모르겠다. 건축의 기본 역량과 아키텍트의 자질을 요구하니 말이다. 어떤 자질? ‘관대함과 사려깊음’을 건축적인 요소로 완성시키는 능력.

그런데 한국관 주제 <State Avant-garde>가 발표된 것은 6월 8일, 대주제 <Freespace>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받고 준비한 건지 궁금해진다. “개발시대 한국의 건축가와 국가권력이 만들어 낸 도시건축 성장사의 명암을 보여주겠다”고 밝힌 <스테이트 아방가르드>… 헤게모니를 연상시키는 ‘어쩌면 아카이빙’이, 아름다운 휴머니즘이 녹아든 건축 그 자체를 요청한 2018 비엔날레의 주제의식에 어떻게 대답할지 기대한다.

한편, 베니스비엔날레 재단 이사장 파올로 바라타(Paolo Baratta)는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이 건축과 도시에 관하여 자신의 필요를 표현하고 적절한 답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건축과 시민사회 간에 일어난 분열은 극단적인 도시개발로 이어졌다. 이러한 개발의 특징은 공공이 없거나 있더라도 무관심한 지역의 일방적 성장이다. ... <건축의 재발견>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질에 대한 강한 욕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 매우 동의한다.

도시재생 뉴딜, “연간 100개 지역에 매년 10조씩 쏟아 부어 5년간 50조 규모의 사업으로 진행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공간의 질을 개발지수로 환산한 것이다. 도시재생이란 물리적인 개조가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이 자신의 삶공간에 대한 욕망-집값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소망-을 되찾는 과정이다. ‘연간 몇 개 지역 선정 얼마 투입’은 이미 외부자의 소행이다. 그 주체가 정부 관계자든 활동가든, 내부자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들에게 “주민참여의 역량이 없다”고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준비가 안되어 있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기간 몇 년’이 정해진 일이라면 그들에게는 준비된 역량이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가질 때까지 기다림과 애정으로 돕는다면, 언젠가는 준비된 사람들이 될 것이다. - 그때가 도시재생을 할 때이다. 

지금처럼, ‘정체는 잘 모르겠으나 좋긴 좋은가보다’ 싶은 선전도구 식의 도시재생 뉴딜을 주입시키려 하지 말고(선도하지 말고), ‘공간의 질이 곧 삶의 질이라는 가치관, 공간의 자긍심과 인간 존엄성에 관한 신념, 아름다움에 대한 소망’을 함께 불러일으켜주면 좋겠다.  그래서 동의한다. 욕망의 일깨움이 <건축의 재발견>이라는 생각에.
 

■건축의 재발견…인류애와 아름다움과 사려깊음

무엇보다 2018 Venice Biennale의 주제 ‘free’는,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를 연상시킨다. 감독의 출신국가가 어디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런 건축’은 동서를 막론하고 자연 앞에 겸손한 시대에는 당연했다. 우리에게도 예전 익명의 한옥과 민가에는 이러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한옥에는 익살과 해학도 있었다. - 길 가는 나그네가 주인장 눈치 보지 않고 하룻밤 편히 묵어갈 방이 문간에 있었고, 새신랑이 부모에게 들키지 않고 신부에게 찾아갈 쪽길이 나 있었다. 비단 이뿐일까, 문득 신영훈 선생의 강의가 그리워진다.

자연에서 나고 살아감을 감사하고 때로 두려워하던 사람들의 건축에는 그런 영혼이 담겨 있었고, 작은 마음이 만든 큰 감동은 공간 곳곳에 스며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로부터 얼마나 많이 와버렸는가.

이처럼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생각이 건축을 사려깊고 관대하고 아름답게 한다. 위대한 사상가에 의한 교조적인 예술행위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그러니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 <Freespace>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그 주제가 희망적이다.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차장 = 이오주은 수석기자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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