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문학36> 자율도시 전략… 거주의 문제, ‘소유’에서 ‘점유’로 재해석
<건설인문학36> 자율도시 전략… 거주의 문제, ‘소유’에서 ‘점유’로 재해석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7.10.18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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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희망의 도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_(3) 도시 인클로저와 거주위기, 거주자원의 공유화

자율도시 전략… 거주의 문제, ‘소유’에서 ‘점유’로 재해석

 

< autonomous city, 자율도시 점거운동 >
 └  금융위기 이후 전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거기반 실천운동’
 └  사용취득, 협동조합 등 ‘도시공유자원의 확대 재생산’ 모색해야

 

▲ 김용창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지난호에 이어> 우리나라는 아직은 미국과 같은 대규모 주택압류와 거처의 상실을 동반하지는 않고 있지만, 주택과 얽힌 과다한 가계부채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하우스푸어(house poor)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표 참조>
2016년 1분기 말 현재 총 가계부채 규모는 1천 223조 7천억원이며, 하우스푸어 규모는 대부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기관에 따라 정의와 분류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최소 3만에서 최대 157만 가구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우스푸어의 잠재적 위험집단은 ▷40대~50대, ▷대졸자, ▷수도권 아파트 보유자, ▷비교적 높은 고소득ㆍ고자산 비중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어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중산층이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4. 자율도시와 도시공유화 운동

신자유주의 도시 인클로저에 대한 대안전략 연구나 실천운동 차원의 논의들은 ▷도시공유자원(urban commons)과 ▷협동조합주의, ▷도시에 대한 권리와 ▷공유성의 회복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도시공간을 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삼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도시자원의 공유재산으로 전환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인클로저와 사유화 또는 독점화는 전체 지역사회의 이해에 반하는 일종의 폭력(violence) 행위로 간주한다.
도시 인클로저 현상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 연구들은 주로 토지자원의 공동체적ㆍ사회적 통제 강화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의 지배적인 담론인 토지와 자연의 사유화와 인클로저라는 신자유주의적 규범에 대처할 수 있는 대항담론 구성을 통해 재산권과 자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재의미작용(resignification)’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인클로저 투쟁은 방어적이고 대응적인 측면을 주로 갖기 때문에 현상유지적 방어라는 한계가 있지만 대안적 사회관계로서 공유화(commoning)를 설정한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접근과 권리를 갖는 공유자원 집합체로서 도시, 상호의존 및 협동에 기초하는 비배제적 생활양식, 장소와 지역에 기초한 집합적 관리, 도시공간을 점유하고 전유할 권리 확립 등을 구체적인 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운동 전략으로서 최근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에 기초한 자율도시(autonomous city) 전략은 거주문제를 점거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고 있다.
점거운동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서구정부가 전개한 긴축정책에 대한 다양한 대응가운데 하나이며, 사회변혁의 수단으로서 공간을 점거하고 수복하려는(reclaim) 충동이 새로운 ‘대안적 도시화’의 중요한 특성이라고 판단한다.
공간의 점령(seizure)에서부터 즉흥적인 시위대의 집결과 시위캠프의 설치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거기반실천(occupation-based practices) 운동을 자율도시 전략의 중요 요소로 간주하는 것이다.
도시거주의 자율적(자주적) 형태, 하부구조의 급진정치화, 정치적 행동을 위한 공유공간을 생산하는 관계들의 집합으로서 점거의 구성적 역할(공간의 적극적 성과 및 대안적 도시화로서 자율도시)을 중시한다.
점거의 공간적 구성능력과 지리적 생성(generative) 역량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움직임이 도시활동의 비공식성을 강조하는 무단점유운동이다.
Neuwirth(2006)는 무허가정착지 또는 비공식 주거지와 관련하여 소유보다는 점유에 기초한 무허가정착지 권리에 대한 주장의 근거로 로마의 우수카피오(usucapio, 사용취득) 개념을 불러내며, 1988년 브라질 헌법 규정처럼 느릴지라도 일정한 성공을 거둔 구체적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 우수카피오 : 로마법에서는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일정기간 계속된 점유에 의하여 소유권취득을 인정하는 제도로서 시민법상의 사용취득(usucapio) 제도가 있었고, 시민법이 적용되지 않았던 속주(屬州)에서는 장기점유의 항변(praescriptio longi temporis)이라는 제도가 있어 사용취득제도와 동일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제도들은 불가능한 증명의 부담을 면하게 하거나 현실의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 로마법에 있어서의 취득시효는 증명방법을 용이하게 하거나 거래의 안정을 위한 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을 제외하고,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을 비롯한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는 대체로 로마법상의 취득시효제도를 계수하여 취득기간의 장단에 차이는 있으나, 우리 민법 제245조 제1항에 정한 취득시효제도와 같은 형태의 취득시효제도를 두고 있다 - <필자주>

아울러 최근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무단점유도 주거자율성 개념을 확산하려는 일련의 시도로 간주된다. 무단점유 공간은 급진적 도시공유지의 생성적 잠재력 구축과 주체성 형성에서 핵심지점이라는 적극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Florida가 그리는 창조계층은 자본주의적 상상력에서 그려지는 세계관으로만 작동하는 것, 즉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이끄는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일 뿐 정치사회적 전환에 대한 주체성은 없다고 본다. “플로리다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점거라고 말한다.”라는 Rosler의 말은 점거운동을 대안적 도시화의 주체성 형성으로 의미부여하는 것을 잘 대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거운동은 규모와 지속적 가능성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공유화 운동은 기존 공유자원의 소극적 방어보다는 팽창하는 자본주의에서 공유자원의 확대 재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관점을 고려할 때 거주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도시공간과 하부구조를 재전유하는 DIY 실천처럼 자조 또는 소규모 도시개입이라는 반란(insurgent) 형태는 대부분의 경우, 비공식적 도시생활의 전술들이 전유되고 신자유주의적 도시재개발을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전환됨에 따라 도시공간의 상품화에서 주요 메커니즘이 된다는 비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도시공유자원의 생산과 유지 또는 탈상품화를 위한 또 다른 실천전략으로서 주택협동조합을 포함하여 협동조합운동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전개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고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적이라는 미국에서도 위스콘신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전국에 걸쳐 약 3만여 개의 주요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으며, 사회공공서비스 부문 협동조합으로 분류되는 주택협동조합도 약 9천 5백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덴마크를 비롯한 서구의 선진국에서 주택은 일종의 도시공유자원으로 인식되면서 협동조합원리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 <다음호에 계속>


정리=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  


* 이 글의 참고문헌과 각주는 생략되었습니다. 이 글의 완성본은 <희망의 도시> (2017, 한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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