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도시는 ‘하늘 부동산’
입체도시는 ‘하늘 부동산’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8.12.2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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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블레이드 서울’ 혹은 ‘서울 고담시’ (2019-01-01)

 
공중권이 중요해지겠다.
그럼 앞으로 상가를 사고 팔 때 지상 몇 층 공중의 권리금이 가장 높으려나? 가정이거나 추측이거나 상상이길 바라지만 앞으로는 하늘 부동산이란 개념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공중(空中) 부동산이라고 해야 하나.

서울시가 입체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도 몇 년 전부터 입체도로 건설을 위한 법제도 마련에 부심이다.

물론 국토부든 서울시든 발상의 첫 단추는 대안적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도심의 부족한 가용용지 혹은 있어도 턱없이 비싼 용지 문제를 극복하고, 동시에 임대 안되는 공실로 골머리를 썩는 빈 오피스 건물과 도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묘안이 ‘입체도시’였을 것이다. - 잠깐 여기서, 입체개발만으로도 복잡하니 오늘은 지하도시 건설은 사안으로 삼지 않겠다.

앞서 말했듯 임대건물의 빈 사무실은 ‘주거’로, 관공서 건물의 상층부는 ‘임대주택’으로 복합개발하고, 도로 중에 섬처럼 남은 조각 땅에 ‘공공시설’을 만들고, 고가도로 하부에는 ‘편의시설’을…. 뿐만 아니라 철로나 도로 상부 빈 공간에 빌딩을 올리고, 공중에 인공대지를 새로 만들어 건물을 또 올리고….

“그러면 얼마나 많은 가용 용지가 새롭게 탄생할 것이며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순수한 발상. 그리고 “이 모든 공간은 오로지 시민을 위해 활용될 것이며, 동시에 도시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지”라는 지극히 학자적인 발상, 그 바람처럼 절제 있게 현실화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도대체 왜 정부의 대책은 인간의 욕망이라는 상수와 착오라는 변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안되는 결과는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다가, 현실에서 뜻밖의 현상이 일어나면 “원래 취지는 좋았다”고 항변하고 그도 아니면 매우 적은 성공사례를 찾아 내세우는 정책 관련자들.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변칙적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데 여전히 취지와 의도를 예측과 분리하고 책임져야 할 사안은 회피하는지, 전 시민의 삶이 걸린 이처럼 혁명적인 제안을 실행에 옮기면서 국민에게 한 마디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의욕은 3선시장의 자신감인지 독단이지 알 수가 없다.

여기까지는 정책가들을 아주 많이 이해해서 전개한 글이었다.
그러나 이만큼 이해하려면 불필요한 가정을 숱하게 세워야 한다. 그보다는 기자의 섣부른 현실론을 훌쩍 능가하는 포괄적인 긍정 시나리오가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 시뮬레이션 되었을 것이라 보는 게 앞서와 같이 이해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하는 것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일부 계층에게 유리하도록 보고 싶은 것만 본 시뮬레이션.

그러나 보고 싶지 않은 도심 입체개발의 다른 측면 즉, 동이 나버린 토지를 새롭게 창출해 부동산 개발시대를 연장하기 위한 혁신적인 발상으로 이해하면? 이런 가능성을 정책 관계자에게 질문하면 그 우려를 조금이라도 염두에 둔 대답은 거의 돌아오지 않는다. 혹시 일부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면피에 접목된 지능 높은 답변이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기자의 질문에 문제가 많다는 반격이 오거나 무대답일 뿐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과잉 상상이거나 음모론일까.

그렇지 않아도 드론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신중함 없이 규제완화를 하고 지원제도를 신설하는 통에 앞으로 시민들의 삶에 어떤 사건사고가 생길지 알 수 없게 됐다.

가벼운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에서 중층이나 고층에 살면 상대적으로 시선의 침해로부터는 자유로웠다. 그런데 미래에는 언제 갑자기 드론이 창 앞에 날아 다닐지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에 공중을 활용의 대상이라고 정의하고서 건축물을 짓기 시작하면?

일단 지상 즉, 토지의 면적과 위치, 용도를 기준으로 시행되던 건축 및 도시 관련 법들에 대규모 개념 지진이 올 것이다. 또 밀도가 높아지면 인구가 늘고 당연히 이동량이 늘어나 교통과 주차창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여기에 전기 가스 수도 등 다양한 설비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미명 하에 이미 사선제한 등 관련 법이 폐지된 지 오래다. 일조권 조망권 시선침해 소음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삶의 질은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입체개발까지 더하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도시에서 숨 쉴 구멍 같았던 자투리 공간까지 알뜰하게 싹 쓸어 개발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보았던 그런 도시, 지상에 햇빛이 닿지 않아 시궁창이나 하수관과 같은 환경을 방불케 하는 세상, 영화 <배트맨>의 고담시(Gotham City)처럼 최상층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도시가 현실이 될 것이다.

영화 <제5원소>에서 우린 재미 있게 보았다. 

핫도그 가게가 드론처럼 날아 다니다가 수백층 높이의 아파트 외벽 면에 부착해 정거하고는 창문으로 핫도그를 전달하고 날아가는 장면, 이것이 현실이라면 그저 재미일 수 있을까? 택시와 오토바이, 푸드트럭이 수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상, 우편과 수송용 드론까지 온갖 날아다니는 것들이 메뚜기 떼처럼 태양을 가리고 세상을 어둡게 하는 소설의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하늘과 창공, 텅 빔(empty)이라는 가치를 날아다니는 것들과 공중에 세워진 고층빌딩으로 인해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한민국 유전자의 속도감을 감안할 때 이러한 가정이 현실이 되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 극단적인 상상이라 그저 부정적인 기우라고 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정책의 진의가 아니다. 비약이 심한 가정을 전개하는 이유는 왜 시민의 허락을 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하도시를 만든다고 멀쩡한 삼성동 대로를 파헤치고, 공원을 만든다고 멀쩡한 세종대로를 파헤칠 때도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결과적으로 을지로까지 사통팔달하는 지하도시 건설과 결부되어 있다. 광화문 앞 대로 지하에 GTX 복합환승역을 건설하고 지상을 대규모 상업공간화 하는 계획안이 공원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활보하는데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여론의 제동이 없으니 서울시는 무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서울 전체를 성형수술 수준으로 무참하게 뜯어 고칠 것이라면, (그 이름을 도시재생으로 하든 재창조로 하든 상관하지 않을 수 있으니) 국민들에게 물어야 한다. 특히 서울은 서울시민만의 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공간이다. 그러니 600년 정도 서울의 구조와 생활양식(문화)을 전격 바꾸는 정책을 세운다면 이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세종시로 국가 3권 기관의 이전 계획을 추진하다 보니 이제 서울(Seoul)은 국제도시나 역사도시로서의 의미만 남게 된다고 판단해 이처럼 쾌속질주를 하면서 미래도시 실험을 펼치는지 모르겠지만, 왜 이 계획안들은 기정사실어야 하는가 반문한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종이 위의 플랜으로 그칠 수 있어야 한다. - 서울과 수도권에 기형적으로 집중된 국가 불균형 현상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미래를 맞기 위한 창조적인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수구 정신도 아니다.

일부 행정가와 전문가들이 머리 모아 그림을 그리고, 수백명 단위로 표집한 소수의 국민에게 형식적으로 공론화해서 할 것 다 했다고 밀어 붙일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발표를 했으나 아직 삽을 뜨는 않은 모든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온 국민을 대상으로 의중을 물어야 한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중파를 통한 TV토론부터 SNS까지 모든 채널을 통해 공론화 한 후, 긍정적인 면과 우려되는 면에 대해 가감 없이 찬반 토론을 벌인 다음에 사업 시행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시장님께서 해외순방 한 번 다녀오거나 달동네에 한 달 살고 나면 "feel 받아서" 정책이 뚝 떨이지고, 그러면 위대한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과 공공건축가들이 고매한 기본계획을 세우거나 MVRDV 같은 단골 해외건축가를 내세워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방식, 그동안 해도 너무 많이 했다. 이만하면 배부르지 않은가.

서울시의 지난 7년, 일부 건축가들이 정치와 행정의 권력을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나누어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왔다. 어느 정권보다 재개발 사업을 권위적으로 추진했지만 유려한 명분으로 치장할 줄 아는 덕에 그리고 가신들 덕에 잡음을 디디고 잘 걸어왔다.

전문가 스스로 자본의 실천적 수족이 되어 짠 판, 건조환경 재개발을 통한 자본축적의 첫 단추가 일상 속 시민들의 인식에서는 '서울로'였든 '을지로'였던 '세운상가'였든, 보행과 녹지축, 역사와 문화 재생이라는 허울 좋은 가치를 덧입힌 건축적 수사들은 국민을 위해 1도 실현된 바 없다.  (보행로를 위해 굴지의 남대문 상권은 죽었지만, 어떤 전문가가 남대문시장 멸종의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분석하고 어떤 언론이 그 책임을 묻고 있는가? 그런데 고가도로는 보행로가 된 후 시민에게 무엇이 되었는가?)

지금도 국가상징대로(광화문광장 세종로) 공원화든, 청와대 이전이든, 국회 리모델링이든, 심지어 이제껏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던 하늘까지, 그들은 이제 작심만 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엔진으로 장착하고 공공건축가의 구상이 곧 당위이며 국가건축가의 의지가 곧 국민의 숙원사업이라 말한다. 이처럼, 권력의 지분을 개인의 야망으로 치환하는 이와 그를 추종하는 이들에 의해 변질된 공공 서비스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이는 지난  2016년에 청산했다던 적폐와 다를 바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국민과 후대의 역사에 끼치는 폐악은 적폐를 훨씬 초월하는 오점이 될 것이다.

 

 


건축전문기자 이오주은 = 한국건설신문 취재부 차장  yoje@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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